많은 사람들이 미술 전시를 어렵게 느끼는 이유는 '감상은 아는 사람만의 영역'이라는 선입견 때문입니다. 하지만 예술은 지식보다 감각과 마음으로 만나는 대상입니다. 이 글에서는 미술 감상에 꼭 필요한 것은 '지식'이 아니라 '감정'과 '개인의 시선'이라는 점을 설명하며, 감상을 위한 '자격'이라는 허상이 어떻게 우리의 예술 경험을 방해하는지를 다룹니다. 미술관 앞에서 머뭇거렸던 적 있는 모든 분들께 이 글을 권합니다.
‘미술을 이해하려면 배워야 한다’는 불안, 어디서 시작됐을까?
전시회에 간다는 건 많은 사람들에게 '문화적인 경험'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어떤 이들은 데이트 코스로, 어떤 이들은 자기 계발의 일환으로 전시를 찾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미술을 잘 모른다'는 이유로 전시장 입구에서 주저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필자 역시 그랬습니다. 첫 전시회에 갔을 때, 다른 사람들은 조용히 작품을 감상하며 메모하거나 고개를 끄덕이는데, 나는 왜 아무 생각이 들지 않을까? 괜히 허둥대며 도슨트 설명에만 의지하게 되더군요. 작품 앞에 오래 머물지도 못하고, 그저 '좋은 경험이었다'는 말만 반복하며 돌아왔던 기억이 납니다. 그 경험은 무언가를 잘못한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정말, 미술을 감상하려면 반드시 뭔가를 '알아야' 할까요? 미술 감상이 시험처럼 느껴지는 건, 사회가 우리에게 가르친 '감상의 자격'이라는 허상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교육은 지식을 전제로 하며, 예술도 마치 공부하듯 접근해야 한다는 믿음이 형성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미술은 언어가 아니고, 정답이 정해진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 느낌, 공기, 분위기 등을 통해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존재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묻습니다. 미술은 몰라도 느낄 수 있는 것일까요? 그 질문을 지금부터 하나씩 풀어보려 합니다.
감상의 중심은 지식이 아니라 '느낌'입니다
전시장에서 그림 앞에 서면, 사람들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반응합니다. 누군가는 조용히 서 있다가 눈물을 흘리고, 누군가는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으며 그 순간을 저장하려 합니다. 또 어떤 사람은 작품 속 인물과 눈을 마주친 듯한 경험을 이야기합니다. 이처럼 감상의 방식은 정해진 틀이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미술을 공부한 사람만이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왔습니다. 물론 미술사나 작가의 생애를 알고 작품을 보면 더 깊이 있는 이해가 가능하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 지식은 감상을 돕는 '수단'이지, 감상의 '필수 조건'은 아닙니다. 예술은 본래 지식 이전의 언어입니다. 아이들도, 외국어를 모르는 사람도, 장애가 있는 사람도 모두 예술 앞에서 뭔가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예술이 인간의 보편적인 감각, 즉 색채, 형태, 질감, 공간감 등을 통해 우리에게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감정의 움직임이야말로 예술 감상의 핵심입니다. 필자는 한 번은 전시에 갔다가, 어떤 추상화 앞에서 이상하게도 슬픔과 위로를 동시에 느꼈던 적이 있습니다. 화면 전체를 덮은 파란 색채와 물결치는 듯한 붓질이, 마치 마음 깊은 곳의 외로움을 어루만지는 듯했기 때문입니다. 그 작품의 제목도, 작가도, 의도도 전혀 알지 못했지만, 분명히 그 순간 나는 '감상자'였습니다. 이렇게 보면 미술 감상은 지식의 영역이 아니라, 감정과 직관의 영역이라는 사실이 분명해집니다. 감상은 느끼는 사람의 것이며, 그 어떤 해석보다 중요한 것은 '나의 반응'입니다.
예술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감각의 공간입니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미술 감상에 자격을 부여해왔습니다. 마치 시험을 치르듯이, 정답을 맞히듯이 작품을 보려 했습니다. 그러나 예술은 본래 그런 것이 아닙니다. 예술은 질문을 던지고, 감정을 불러일으키며, 때로는 삶의 방향을 바꾸는 힘이 있습니다. 이런 감동은 단지 지식으로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에 더 깊이 다가갈 수 있었던 순간들도 있습니다. 미술은 감각의 언어입니다. 그리고 감각은 누구나 갖고 있는 능력입니다. 예술을 감상하는 데에 특별한 자격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감상을 존중하는 태도, 나만의 감정을 믿는 용기입니다. 필자는 이제 전시에 갈 때, 정보를 최대한 배제한 채로 작품 앞에 서는 것을 즐깁니다. 아무 사전 정보 없이 그림 앞에 서면, 내 안의 감정이 가장 솔직하게 반응합니다. 그 다음에야 작가의 말이나 도슨트의 설명을 찾아보곤 합니다. 그렇게 하면 감상이 훨씬 더 풍부해지고, 나의 생각과 타인의 생각이 어떻게 다른지를 이해하게 됩니다. 감상은 언제나 열려 있는 대화입니다. 그 대화를 나만의 방식으로 시작해도 된다는 것, 그것이 이 글을 통해 전하고 싶은 핵심입니다. 미술을 몰라도 괜찮습니다. 느낄 수 있다면, 당신은 이미 충분한 감상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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