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마주할 때, "이걸 어떻게 봐야 하지?"라는 질문이 먼저 떠오르곤 합니다. 미술은 지식이나 해석이 필요한 영역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감상은 '잘 보는 법'보다 '진심으로 느끼는 힘'에서 출발합니다. 이 글에서는 감상력을 '배움'이 아닌 '감각'으로 바라보며, 누구나 감상자가 될 수 있는 이유와 그 감각을 어떻게 다시 깨어낼 수 있는지를 이야기합니다. 그림 앞에서 주저한 적이 있다면 꼭 읽어야 할 글입니다.
‘감상’은 누가 잘하는 걸까? – 나의 첫 번째 질문
전시회에 갔을 때, 가끔은 그림보다 사람들을 먼저 보게 됩니다. 어떤 사람은 작품 앞에서 오래 머물며 깊이 들여다보고, 어떤 사람은 빠르게 스캔하듯 지나가며 사진만 찍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나는 과연 제대로 감상하고 있는 걸까?’ ‘그림을 보는 안목이라는 게 정말 존재할까?’ 저 역시 처음엔 감상이란 ‘무엇을 아는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작가의 배경이나 시대적 맥락, 사용된 기법까지 알아야 비로소 ‘그림을 안다’고 말할 수 있다고 여겼죠. 그래서 전시를 갈 때면, 도슨트 설명을 따라가거나 설명문을 꼼꼼히 읽으며 ‘정답’에 가까워지려 애썼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설명을 다 듣고 나서도 어떤 그림은 여전히 마음에 남지 않았고, 반대로 아무 정보도 없는 그림 앞에서 울컥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때부터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감상이라는 건 지식의 문제가 아니라 감각의 문제는 아닐까? 그림을 ‘잘 본다’는 건 과연 어떤 상태를 말하는 걸까?
감상력, 배워야 하는 능력일까?
감상력이라는 단어에는 묘한 위화감이 있습니다. 마치 그것이 훈련과 교육을 통해 길러져야 하는 고급 능력처럼 들리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감상은 본래 인간이 타고나는 감각 중 하나입니다. 아이들이 처음 그림책을 펼치고, 색에 반응하고, 사람 얼굴을 그리며 기뻐하는 것처럼요. 감상력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다만 오랜 시간 잊고 있던 감각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자라면서 ‘정확하게 보기’, ‘분석하며 보기’, ‘해석 가능한 이야기로 보기’에 익숙해졌습니다. 하지만 예술은 정확한 해석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모호함 속에서 각자의 감정을 투사하게 만들죠. 어떤 사람에게는 노란색 배경이 따뜻한 햇살처럼 보이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우울한 격리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감상은 바로 그 '다름'을 품는 능력입니다. 예를 들어, 필자가 오래전에 본 한 그림은 전혀 특별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푸른 톤의 추상화였는데, 별다른 설명도 없고 제목도 단순했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 그 그림 앞에 서면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색감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이후 몇 번의 전시에서도 비슷한 색조의 그림을 좋아하게 되는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감상은 이렇게 나도 몰랐던 나의 감각을 드러나게 해줍니다. 그래서 감상력은 '내가 무엇을 느끼고 있는가'를 인식하고, 그것을 믿는 힘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단순히 작품을 보는 눈이 아니라, 내 감정을 허락하고 해석하는 내면의 언어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능력입니다.
당신은 이미 감상자다
우리는 예술 앞에서 자주 주저합니다. ‘이해하지 못하면 안 되는 걸까?’, ‘좋다고 느끼는 내 감정이 틀릴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의심은 감상자의 마음을 위축시키고, 감상의 자유를 제한합니다. 그러나 감상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어떤 그림을 보고 눈물이 나든, 아무런 감정이 들지 않든, 그것은 모두 ‘정상적인 감상’입니다. 필자는 지금도 전시에 가면 여전히 긴장합니다. 특히 난해한 설치미술이나 추상화 앞에서는 ‘이건 대체 뭘까?’ 하고 마음속으로 질문이 먼저 튀어나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 당황스러움을 억누르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당혹감이 내 감상의 시작임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감상은 어떤 형태든 시작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습니다. 그림을 본다는 건, 그 순간의 나를 마주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기분이 좋을 때는 밝고 생동감 있는 그림에 마음이 가고, 지칠 때는 어두운 배경 속에 오래 머물게 됩니다. 예술 감상은 이렇게 내면의 감정을 거울처럼 비춰주는 행위입니다. 그렇기에 감상력은 정보나 배경지식보다도, ‘지금 나는 어떤 감정으로 이 그림을 바라보고 있는가’를 인식하는 감각에서 시작됩니다. 그러니 감상 앞에서 위축되지 마세요. 당신이 무엇을 느끼든, 그것은 당신만의 감상이고, 그 자체로 온전한 경험입니다. 남들과 다른 해석을 하더라도, 그것은 틀린 것이 아니라 '당신의 것'입니다. 그림을 볼 줄 아는 사람은 특별한 훈련을 받은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감각을 신뢰하는 사람입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이미 감상자입니다. 그리고 당신의 감상은 그 자체로 아름답고 의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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